레드원 카메라 사용기
2009년 7월에 있었던 레드원 워크샵 참관기를 올립니다.
이론과 실습및 후반작업까지 수 일간 진행을 했구요 워크샵 도중 사진과 함께 동영상을 찍어두었습니다만
주최측에서 강의 내용의 외부유출을 꺼려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실명과 동영상은 피하고 몇 장의 사진과 간단한 참관기만 올립니다.
'레드원'은 디지털촬영에 관련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많이들 들어보셨을 카메라죠.
'천사와악마' '노잉', '국가대표'등이 촬영된 4k급 디지털 카메라로 보급기종 DSLR 스틸 카메라의 해상도로
편집시 정지 이미지를 뽑아 그대로 스틸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의 퀄러티를 보여줍니다.
'스타워즈','달콤살벌한 연인'을 촬영했던 F900이나 '콜레트럴','요가학원'등을 촬영한 바이퍼카메라,
'아기와 나'를 촬영한 D20, '해운대'를 촬영한 F23등 이제는 극장 상영급 품질을 인정받은 카메라가 '레드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디지털 영화로의 변화를 주도하는 최전선에 있는 카메라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단 카메라 가격으로 봐도 '레드원'처럼 1만불 후반대(바디기준) 가격으로 살수있는 동급(?)기종은 한 대도 없습니다(타 기종은 최소 한화 1억이상)
고급기종의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중급 기종에는 기능을 제한 한다던가 또는 호환성을 떨어뜨려서 자사 제품(렌즈 또는 후반시스템)만을 비싸게 구입하게 하는 등의 상업적인 마인드가 그동안의 메이저 영상카메라 업계의 관행이었습니다만 '레드 원'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보조 장비부품에서 이부분이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최소한 레드원 제작사의 경우는 발빠르게 지원방법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고 협력사들의 가격이 현실적이지 못하면 호환제품을 저렴하게 만들어 내놓거나 업그레이드및 기술지원을 해줍니다.
현재 레드원의 후반 편집 지원프로그램은 PC기반의 프리미어CS4, 베가스9.0, 아비드, 맥기반의 파이널컷프로7등이 있구요 자사에서 무료로 맥기반의 레드알럿,레드시네,PC기반의 레드시네등의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베포하고 있습니다.
현장 편집및 편집변환시에 걸리는 많은 랜더링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실시간 변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레드로킷'이라는 보드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PL마운트의 렌즈군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였습니다.
디지털 넌리니어 편집과 디지털 영상 카메라가 나온 이후부터 과도기적 명품카메라가 몇몇 있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카메라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결점의 완벽한 카메라'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구요
중요한 건 이카메라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진행중이고 현 문제점들은 얼마든지 여러가지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여 기존 극장 상영용 영상을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점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아래에 워크샵에서 정리한 내용들을 적어봅니다.
1.레드원의 특징
기존 영화용 디지털 카메라와 '레드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상처리 공정의 단순화입니다.
디지털 캠코더에서 촬상소자를 통해 받은 데이터신호에서 DSP(디지털신호처리)공정을 과감히 빼버리고 이를 후반에서 할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마치 필름카메라에서 촬영한 후에 현상을 후반에서 하듯이 이 공정을 그대로 디지털카메라에 적용하면서 디지털 후반 작업의 장점은 그대로 살린 카메라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카메라의 가격및 무게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디지털 카메라에서 필요한 화이트밸런스잡기나 감마등 색관련된 조정을 녹화후 후반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을 RAW파일로 데이터화하는 방식으로(DSLR스틸카메라의 RAW파일과 같은)후반에서도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반대로 말씀드리자면 레드원 카메라에도 화이트 밸런스나 컬러값등 세부조정을 셋팅 할 수 있습니다만 후반에서 가능하니 촬영느낌을 확인해 보는 것 이외에 현장에서의 비디오 셋팅이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2.유의사항
1)카메라 바디가 컴퓨터와 똑같아서 on하는데 부팅시간이 걸리고 카메라가 켜있는 상황에서의 과도한충격에 조심해야 하므로 가능하면 카메라를 끄고 이동을 합니다. 기동성이 필요한 다큐같은경우에는 이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2)기동시 열이 많은 편이라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촬영시에는 극한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상 염두에 둡니다.
3)배터리 가동시간이 짧은편입니다. 배터리 충전표시가 한 개 줄어들면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므로 미리 갈아서 촬영합니다.
약 1시간반정도 촬영가능하다고 합니다.
4)뷰파인더로 포커스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포커스를 쉽게 맞추기 위한 몇가지 부가 기능(피킹,줌포커스)들이 있습니다만 움직임이 많은 컷의 경우에는 영화촬영과 같이 포커스풀러를 두어야 합니다. 비디오카메라의 1인촬영 방식은 '레드원'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5) 야간에 조명이 부족한경우라면 노이즈가 생길수 있습니다. 노이즈가 발생해도 후반작업에서 플러그인으로 잡을 수있으나 화질을 조금 포기해야 하므로 가능하면 조명으로 현장에서 해결합니다.
6)하일라이트부분이 필름에 비해서는 약한편입니다. 그래서 nd필터를 사용하고 조명으로 보완하거나 약간 눌러주고 촬영한 뒤에 후반에서 조절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타사의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관용도가 넓은 편이고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현장에서 문제가 없이 촬영을 했으나 디지털 후반공정을 잘못하는 경우에 화질손상과 함께 하일라이트가 손실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후반을 어떻게 하느냐를 미리 염두에두고 대비하여 촬영을 하는것이 좋습니다.
7)뷰모드 RAW/REC709/REDspace는 후반에서 바꿀수 있으나 촬영자가 바뀌거나 여러대의 카메라가 동원되는 경우에는 이 모드를 통일해 주는것이 좋습니다.
8)가끔 카메라상에서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럴경우 배터리를 갈고 재부팅을 해주면 보통 해결됩니다. 오류가 생긴 부분의 촬영분은 가능한 재촬영을 합니다.
9)컴퓨터의 오류로 순식간에 공들여 찍은 데이터가 날아가는 경우도 있을수 있으므로 제대로 촬영이 되었는가를 수시로 확인을 하고 이중으로 백업을 받아둡니다.
10)후반공정시 현재 레드로킷이 나옴으로 저렴한 컴으로도 실시간 변환이 가능해졌으나 아직 한국에는 많이 보급되지 않은상태로 제작비나 현 상황상(2009년 8월현재)에서는 일반적으로 파이널컷프로에서 가편을 하고 레드편집이 가능한 DI작업실로 EDL데이터와 원본이 담긴 하드를 보내 색보정및 본편집을 하는 방식을 가장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럴경우 랜더링시간이 상상이상으로 시간이 걸리므로 이 공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촬영 수시로 데이터를 가편실로 보내 미리 랜더링을 걸어놓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얼마전에 위의 몇 가지 문제 때문에 레드원 카메라는 멀었고 필름카메라로 촬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프로듀서분과 열띤 논쟁을 벌인적이 있었습니다.
평가나 판단은 자유의사이구요 저도 레드원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작사에서 포럼을 통해 문제점들을 직접 알아내고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구요 영화촬영이 불가능한 정도의 문제점이 아니며 얼마든지 우회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구요 단지 알아두면 조금더 카메라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해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영화를 준비하면서 카메라 따위는 수단일뿐이며 시나리오만 좋으면 된다...하는 식으로 수도 없이 자기최면을 걸고 주변인들에게 주장해왔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화질이 되면 후반문제로, 후반이 해결되면 또 렌즈문제로.. 필름룩문제로.. 심도문제로...조명문제로.. 수도없이 새로나온 제품의 세미나를 쫓아다니면서 아쉬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욕심을 부렸구요..
맞습니다. 영화만 좋으면 어느 카메라로 찍었는지는 관객은 알려고도 따지는 분도 없습니다. 영화만 좋으면... 지금은 반대로 이말을 촬영및 연출 후배들에게 충고받고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너무 카메라에 집착하는듯 보여서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카메라를 알기 위해 수도없이 많은 세미나와 워크샵과 독립영화현장을 도와주면서 공부를 했습니다만 이제는 초심으로 되돌아가려합니다.
다시 시나리오와 작품구상에 몰두 합니다.
새로운 장비를 찾아 세미나를 전전하는 그런 시간낭비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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